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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자체는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었으나 결과는 예란의 패배였다. 굳이 원인을 찾자면 집중력 부족이었을까. 두 팀으로 나뉘어 진행된 게임. 자신이 속한 팀의 멤버 구성 자체도 그다지 녹록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딱히 분위기를 환기 시킬만한 타입의 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었던 탓에 다른 게임룸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는 것과는 달리 이곳은 치열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제일 먼저 탈락한 것이 예란이었다. 손에 카드 패가 단 한 장도 남지 않게 된 그녀는 미련 없이 손을 털고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기왕이면 승리해서 이전의 게임처럼 단서와 상금 포인트를 함께 모았으면 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시나리오였을테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게임은 실책과 불운이 얽혀 어떠한 보상도 손에 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더는 이 방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기에 그녀는 게임룸을 나섰다. 최상의 시나리오가 틀어진 이상 정보를 공유할만한 이를 포섭해놔야했다. 기왕이면 이번 게임에서 우승했으면서 지난 게임에서 패배한 사람이 가장 적절한 타깃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빚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자신이 얻은 페이지와 정보를 교환하는 것으로 퉁치면 되니까. 그러나 두 번째 계획마저도 틀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다른 게임룸의 결과를 확인한 후였다. 1위. 안도윤. 2위. 윤시아. 두 사람 모두 이미 이전 게임에서 단서 페이지를 얻은 이들이었다. 두 사람 중 하나라도 포섭할 수 있을까. 윤시아의 경우 다른 이들과 말을 섞는 것을 자주 보지 못한 탓에 어떤 타입인지 딱히 특정 짓기가 어려웠다. 안도윤은 글쎄. 그는 겉으로는 밝고 서글서글해 보이지만 쉬운 상대는 아니라고 그녀는 평가했다. 똑똑하다기보다는 영리하다고 할까. 계산에 밝을 타입이다. 빚을 진다면 꽤 귀찮아질지도 몰랐다. 게다가 이미 몇 사람과 접촉한 듯 보이는 낌새가 더더욱 그녀가 안도윤에게 거래를 제시할만한 메리트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역시 이쪽 룸의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쪽이 나을까. "아, 진짜 담배 말리네.." 예란은 습관적으로 손을 쥐었다 펴길 반복하며 입맛을 다셨다. 단지 두 게임을 끝냈을 뿐이고 기회는 많으니 벌써부터 초조해 할 필요는 없었다. 다음 게임에서 이겨 세 번째 페이지를 손에 넣은 후 그것으로 시나리오를 짜도 해 볼만 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발걸음을 옮기던 찰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멈췄다. 김수하. 그와 같이 있는 사람은 강은형 이라고 했던가. 기억에 남는 것은 차분해 보이는 인상과 이강찬이라는 젊은 남자와 함께 있던 모습 정도다. 두 사람은 휴게실 안에, 예란은 메인 홀에 있는 탓에 그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는가 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과연 저들은 자신에게 어디까지 도움이 될까? - 괜찮다면 상호 협력을 좀 부탁드릴까 싶어서. 시원스레 웃으며 건네던 봉투와 제법 진지한 제안을 새삼 떠올렸다. 과연 진심일까. 권유라가 빚의 상환을 부탁했다면 예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조사는 했으리라 짐작은 한다. 명색이 지난 사건의 진범 변호를 맡은 변호사라는 양반이 조사조차도 하지 않고 이곳으로 기어들어올만큼 무방비하지도, 멍청하지도 않을 테고 이 일에 몹시 필사적인 것 같으니까. 그렇다면 자신의 사업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테지. 변호사가 자신의 의뢰인도 아닌, 불법을 숨쉬듯 저지르는 사람을 믿을까 싶어 그녀는 선뜻 그에게 말을 걸기가 내키지 않았다. 차라리 자신에게 주도권이 있었다면 그럴싸하게 제안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상황이 녹록지 못한 것은 예란이었다. "아." 멍하니 서있다가 수하와 눈이 마주쳤다. 아무래도 이쪽으로 올 셈인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보는 눈이 없는 쪽이 낫겠다 싶어 예란은 수하를 보지 못한 척 시치미를 떼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게임이 2층에서 진행되는 덕분에 1층은 고요하기 그지 없었다. 사람은 커녕 개미 그림자 하나 없는 로비에 잔뜩 놓인 테이블 중 하나에서 의자를 꺼내 앉으며 다리를 꼬았다. 습관이다. "저와 협력관계인걸 들키는 게 내키지 않는 모양입니다?" 여전히 사람 좋은 얼굴로 웃으며, 따라 내려온 수하가 말을 걸었다. "굳이 만천하에 광고할 필요도 없으니까. 그러는 수하씨도 날 그쪽으로 부르지 않고 따라 왔으니 딱히 나한테만 뭐라 할 일도 아니잖아요? "그것도 그러네요. 이번 게임은 어땠습니까?" "보시다시피 제일 먼저 나왔네요." 입을 삐죽이곤 비어있는 두 손을 살짝 들어 내보이며 예란은 반문했다. "그러는 당신의 결과는?" "당연히 입수했습니다만." "당연히라니 왠지 얄밉네. 뭐 아무래도 좋아. 협력 관계라면 정보 정도는 공유해줄 수 있겠죠?" 상대가 먼저 협력을 요청한 이상, 이 정도의 뻔뻔함은 괜찮지 않을까. 애초에 뻔뻔하지 않으면 밥벌이가 안될 사업을 하는 입장이기도 하니 예란은 팔짱을 낀 채, 만면에 미소를 띠고 마치 제 것을 맡기기라도 한 것마냥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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