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 참가 시점으로부터 약 3~4년쯤 전.
“말씀하신 대로 지하실에 가둬놨습니다, 사장님.”
“처자식들은?”
“애들 둘씩 붙여놨습니다. 전화 한 통이면 그쪽도 처리될 겁니다.”
작은 손거울에 제 모습을 비춰보며 화장이 흐트러진 곳은 없는지, 머리카락이 엉키지 않았는지 한 번씩 훑은 예란은 다시 한 번 진홍색 립스틱을 꼼꼼히 바른 후에야 거울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좋아. 내려갈까.”
모름지기 여자에게 있어서 화장은 전투복과 다름없다 했으렷다. 모든 것을 걸고 매달렸던 일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날에 허술하게 보일 수야 없었다. 자신의 집무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까지 내려가는 동안 그녀는 입을 열지 않았다. 들리는 것은 기계음뿐.
지난 10여 년간 이 순간을 위해 살아온 예란이었다.
이 세계의 최하층에서 수없이 구르고 수모를 겪으며 수많은 이를 밟아 죽인 끝에 오른 이 자리에서 마침내 손에 거머쥔 일생일대의 기회.
오늘로 모든 것이 끝난다 생각하니 심장이 뛰었다.
가슴에 칼을 꽂은 채 차게 식은 모친을 발견했을 때보다도,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 묶인 채 어둠 속에 갇혀있을 때보다도 세차게 뛰는 심장이 금방이라도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그녀는 가슴께를 제 손으로 꾹 눌러 내리면서도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려 미소 지었다.
그녀의 뒤를 따르던 수행비서는 엘리베이터가 목표했던 층에 멈추자 한 발 먼저 내려 앞장서며 그녀를 에스코트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말을 하지 않아도 그는 그녀의 수족처럼 해야 할 일을 알아서 하는 타입이기에 그녀 또한 그에게 무어라 말을 하지는 않았다.
쥐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 복도에는 양옆으로 여러 개의 문이 있었지만, 그곳에는 조금의 눈길도 주지 않고 나아가는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시멘트만 대충 발라둔 바닥에 구두 굽이 부딪치는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울린다. 그러다 이내 그 소리마저 멎었다.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아 도달한 복도의 끝에는 꽤 탄탄해 보이는 철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예란을 에스코트하던 비서가 옆에 달린 전자패널을 능숙하게 조작하니 작은 전자음을 내며 천천히 문이 열렸다. 서서히 드러난 철문의 안쪽은 의외로 넓어 마치 방공호를 떠올릴 법한 모습이었다.
“오셨습니까!”
정장을 갖춰 입은 건장한 사내 서넛이 깍듯이 인사하는 것을 가볍게 눈인사로 받아주며, 그녀는 지하실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요즘 험한 일 자주 시킨 것 같네. 오늘 일 끝나면 너희랑 정 비서 휴가비라도 줄 테니 한 닷새쯤 쉬고 와. 너희가 고생이 많아.”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오늘의 초대 손님은 어디에? 주인이 직접 맞이하지 못했으니 사과해야지 않겠어?”
예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내 둘이 지하실 구석에 축 늘어진 덩어리 하나를 그녀 앞에 끌어다 놓았다. 두말할 것 없이 사람이었다.
“어머나 김 선생, 이제야 그 귀하신 얼굴을 뵙네. 김 선생이 공사가 다망하셔서 우리 애들이 댁에 찾아갈 때마다 출타 중이시길래 실례를 무릅쓰고 직접 모셔왔는데 좀 과격했나 봐. 몰골이 말이 아니네. 김 선생이 이해해, 이쪽 업계 사람이 다 그런 거 아니겠어?”
이미 충분히 얻어터져 정신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남자는 나지막하게 고통스러운 신음만 뱉었다.남자가 대답하건 말건 그녀는 비서가 가져온 의자에 우아하게 앉으며 한껏 밝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김 선생은 나 처음 만나지? 이 바닥에서 강 사장이라고 불리니 그렇게 불러도 되고. 뭐, 부를 정신이 있다면 말이지만.”
다리를 꼬며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사내를 향해 한껏 오만하게 내려다본다. 치마가 짧기는 하지만 남자에게는 그런 것이 눈에 들어올 리 없으니 신경은 꺼두기로 했다.
모처럼 상냥하게 말을 걸어줌에도 남자가 도통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예란은 살짝 다리를 뻗어 반질반질 윤이 나는 붉은 하이힐의 코끝으로 그의 머리를 툭 툭 건드려보았다.
그제야 간신히 올려다보는 얼굴은 보기 흉할 정도로 퉁퉁 부어있었지만 그녀는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어도 잊으려야 잊을 수도 없었다.
“돈을 빌리셨으면 갚아야지 도망치시면 곤란하지. 내가 김선생 전용 마이너스 통장도 아니고. 사채 무서운 거 한두 번 겪어본 분도 아니면서 왜 이러실까?”
“제..제발...꼭 갚을 테니..까....”
“나이 오십 먹어서 마누라가 식당에서 뼈 빠지게 일해서 버는 돈으로 먹고 노는 주제에 사채 끌어다 첩질까지 하는 양반이 어떻게 갚으시게? 여자라면 몸이라도 팔지 다 늙어빠진 노친네 몸은 사주는 사람도 없어. 게다가 댁 장기는 약에 절어서 팔지도 못해. 어째 돈 뽑아낼 구석이 이렇게 없나 몰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껏 조롱한다.
남자는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무어라 대꾸는 하지 못했다. 입이 백 개라 해도 할 말이 없을 터.
“돈 쓸 때야 좋았지. 젊은 여자애가 달라붙어서 몸 내줘 오빠 오빠 해 줘 뭐라도 된 거마냥 어깨에 힘주고 콧대 잔뜩 세울 땐 좋았을 거야. 근데 김 선생이 계집애 치마폭에서 헬렐레하면서 정줄 놓은 사이에 어머나, 이자가 엄청나게 불어났네?”
별 볼 일 없는 사내에게 매달려 온갖 아양과 교태를 떨며 사채를 쓰게 만든 젊은 여자애가 예란이 보낸 여자라는 걸 알면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젊은 여자에게 늙은이를 유혹하게 시키는 것도 그녀에겐 어렵지 않았다.
예란에게 빚을 지고 있는 이는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고 한 트럭은 가득 채울 수 있을 만큼은 되었고,그중에는 허영심에 사치를 부리다 나락으로 굴러떨어진 미모의 여자들도 부지기수였기에 그녀는 그중에서 고르기만 하면 되었다.
널 지상으로 보내줄게. 딱 한 사람만 이 지옥으로 밀어 떨어뜨리는 거야.
표적으로 고른 여자의 귓속에 흘려 넣은 독액은 돌고 돌아 여자의 입술에 키스한 사내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마침내 그는 지옥에서 독만 먹고 자란 괴물의 앞에 이토록 비참한 몰골로 무너졌다.
아아, 불쌍하기 그지없어라.
“정 비서, 우리 김 선생 빚이 얼마니?”
“2억 7천쯤 됩니다.”
“크게도 노셨네. 어디 견적 내보자.. 김 선생이야 보험 하나 없는 개털이고 몸뚱이도 성치 않으니 실제 가치는 개똥만큼도 없고 딸내미가 올해 열여덟이랬나? 대충 업소 팔아넘기면 좀 건지겠고. 아, 아들이 여덟 살이랬지? 한창 말썽부릴 때네.”
“자 잠깐!!! 우리.. 우리 진수만은....!”
남자는 눈을 둥그렇게 치뜨고 만신창이가 된 몸을 간신히 움직여 예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같잖은 부성애라도 되는 걸까.
“딸 걱정은 안 되나 봐? 마누라가 전남편 사이에서 낳아온 딸이라 팔아넘겨도 괜찮고 네 그 구질구질한 목숨이랑 니 새끼만 무사하면 상관없다?”
사내는 10년 전에도 그랬다. 10년 전에도 제 핏줄이 아니라는 이유로 나 몰라라 했던 남자다. 동거녀의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딸에게도 흑심을 품고 어떻게든 해보려 수작을 걸던 남자였으며 제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되니 한때나마 사랑했던 - 그것이 정말로 사랑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 동거녀에게 덮어씌우고 도망친 최악의 남자이기도 하다.
여전히 변함없는 뻔뻔함에 그녀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하기야 개과천선해서 눈물 콧물 질질 짰다면 그거 나름대로 기분이 더러웠을 테니 차라리 이쪽이 나았다.
“있지. 나는 김 선생은 물론이고 당신 핏줄은 씨를 말려버릴 생각이야. 당신 덕분에 내 하나뿐인 가족이 편히 눈도 못 감았는데 댁이 편하면 안 되지.”
“...그 그게 무슨...?”
“많이 변해서 못 알아봤어? 하긴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들 하니까. 나, 강예란이야. 유숙진 씨 외동딸. 댁이 사채 떠넘기고 도망치는 바람에 자살한 여자 딸. 아, 자살한 건 모르나? 당신이 내빼고 얼마 안 지나서 죽었어.”
자리에서 일어난 예란이 제 수하들에게 손짓하니 건장한 사내들은 그를 강제로 들어 올리듯 일으켰다. 그녀가 제 발로 서지도 못하는 사내와 눈을 마주치며 방긋 웃어 보이니 남자의 얼굴이 당혹의 빛에 물들고 이내 경악으로 바뀌었다.
새빨갛게 피로 물든 입술이 덜덜 떨리고, 불안 증세를 보이는 환자마냥 예란의 시선을 피하려고 눈알만 데룩데룩 굴리는 남자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 얼굴을 보기 위해 10여 년의 시간 동안 오욕과 절망을 씹어 먹으며 이 지옥에서 버텨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신이 사라진 이후에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신세 한탄 같은 건 하지 않을게. 구질구질하니까. 딱 이거 하나만 알아둬. 내가 당했던 일을, 네 자식에게 그대로 해줄 거야. 이자도 확실히 쳐줄 거니까 사양은 안 해도 돼.”
“제발... 제발 날 죽이고 끝내..!! 네가 미워하는 건 나 하나잖아!!”
“네 아들은 심장이랑 신장이랑 간이랑 각막까지 싹 털어서 비싸게 팔 거야. 어린애라 해도 팔 곳은 많아. 마침 모 대기업 회장님 손자가 뭔가 신장이 필요하댔단 거 같은데 비싸게 쳐줄걸? 네 핏줄은 아니지만 호적상 네 딸은 대충 어디 업소에나 팔아먹지 뭐.”
남자의 애원은 귓등으로 흘려 넘겼다. 애원한다고 용서할 것 같았으면 이 업계에 제대로 발을 들이기도 전에 굶어 죽었을 터다.
“내 아들을...주, 죽일 셈이냐..!”
“여전히 지 새끼 걱정만 하는 것도 지긋지긋한데 좀 닥쳐줄래요? 댁한테 그렇게나 절절한 부성애라는 게 남아있었는지는 몰랐네. 제 핏줄은 애틋한 게 있긴 있나 봐? 나야 애비 없는 자식인 데다 내 새끼도 없어서 그런 거 모르겠지만.”
친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모른다.
기억에 남아있는 어린 시절부터도 이미 없는 사람이었고 모친도 딱히 언급한 적이 없었으니까. 아무나 덥석덥석 믿는 모친의 성격상 유부남과 불륜으로 나온 사생아라 해도 특별히 이상할 일도 없었다.
게다가 사내가 십여 년 전 어떤 사내였는지 알고 있기에 남자의 부성애 같은 것은 그저 하찮은 위선과 가식으로만 보일 뿐이었다.
“당신이 빌고 자시고 해도 별로 관심 없어. 나는 지금부터 네 눈앞에서 네 새끼 내장을 싹싹 빼다가 전부 팔아먹을 거야. 각막, 간, 심장, 신장은 물론이고 피부 한 조각, 골수 한 방울까지 전부 뽑아다 팔아 치울 거야. 남는 게 있거들랑 고이 태워서 네 입에 처넣어줄게. 그렇게 소중한 자식새끼 마음에 묻지 말고 한 몸으로 살아가면 되잖아? 따님이야 안중에도 없는 것 같으니 우리가 알아서 처분할 거고. 아 참, 우리 엄마가 어떻게 자살했는지 궁금하지? 직접 그 눈으로 봐. 네 마누라를 똑같이 죽여줄 테니까.”
“완전히 미쳤어!!!!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악마 같은 년..! 지옥에나 떨어져라!!! 개같은... 컥..!!!”
피를 토하듯 악다구니를 부리던 남자는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자신의 수하들이 인정사정없이 걷어차며 구타하는 것을 잠시 바라보던 그녀는 살짝 제지했다.
“지금 죽어버리면 안 되니까 적당히들 해. 뭐 틀린 말도 아니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제 생각하는 대로 씨부리시겠다는데 억압하면 쓰니.”
그제야 사내들의 발길질이 멈췄다.
그러나 남자의 꼴은 보기 딱하리만치 처참했다. 숨통은 붙어있되 숨 쉬는 것조차도 고통스러울 것이다. 몇 군데 정도는 부러졌을지도 몰랐다.
“아저씨, 들려?”
십여 년 전, 이죽거리며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라던 남자에게 도저히 그리 부를 수 없어 불렀던 호칭을 다시 한 번 꺼내보았다. 남자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답하기 싫은 것인지, 대답할 기력조차 없는 것인지 알 수야 없다.
“사실은 당신을 죽이고 싶었지만 댁한테 어엿한 가정이 있다는 말에 마음을 바꿨어. 당신도 지옥 속에서 살아봐. 지옥에서 살아남는 건 악마뿐인데, 댁은 어떨까?”
느긋하게 구경할게.
덧붙여주고 예란은 미련 없이 지하실을 나왔다.
비싸게 주고 산 명품 구두가 더러워져 불쾌한 것만 빼면 딱히 아무런 동요도 느껴지지 않았다. 뒤에서 따라붙는 구둣발 소리에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시를 내린다.
“애들 호출해서 셋 다 잡아와. 이웃에는 이사 갔다고 하고 그 집 세간 싹 정리해버려.”
“...정말 하실 겁니까?”
“뭘?”
“저 남자한테 말씀하신 것 말입니다.”
“정 비서는 내가 빈말하는 거 봤어? 신 회장님께 연락드려서 기증자 찾았으니 검사하자고 말씀드려.회장님 힘이면 비밀리에 검사 진행하는 거야 어렵지도 않겠지. 맞으면 다행이고 안 맞으면 브로커 하나 수배해서 작업하고. 계집애는 청량리 쪽 업소에 넘기고 저 치 마누라만 데려와서 정리하면 되겠네. 지금 우리 쪽에 있는 애들 중에 칼 좀 쓰는 애 있으면 골라와.”
아니면 직접 할까?
우아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딱히 손을 더럽히는 일에 거부감은 없다. 어느 쪽에 더 임팩트가 클까 고민하던 중, 그녀의 비서가 우려섞인 목소리로 예란을 불렀다.
“사장님.”
“정 비서가 언제부터 내 말에 토 달았지? 새삼스럽게 불쌍해졌어? 누가 누구를 동정하는 거야? 장기 빼 팔고 계집애들 업소 넘기는 짓 한두 번 해본 거 아니면서 그러는 거 아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댔어.”
“하지만 사장님. 말마따나 여자애는 저 남자 자식도 아니고 남자애는 너무 어리잖습니까. 사장님의 사적인 일에 아이들까지...”
“사채업자는 채무자한테 빨대 꽂아서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빨아먹는 거야. 남녀노소 언제 가렸다고 이제와서 이래? 뭐 이 일에 사적인 감정이 섞인 건 맞지만, 무를 생각도 없으니 말리지 마. 방해되면 같이 묻어버린다?”
예란보다 대여섯 살쯤 더 많은 남자는 작게 숨을 들이켜고 입을 다물었다. 남자의 유일한 단점은 이 업계 사람치고 쓸데없이 정이 많다는 점이었다. 그 덕분에 자신이 도움을 받은 적도 있지만 지금 와서는 도통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피곤하니까 오늘은 들어가서 쉴래.”
흉터가 길게 남아있는 옆구리가 욱신거려, 약간의 피로감이 몰려들었다.
오래전에 아물고 보기 흉한 흔적만 남아있을 뿐, 살갗 밑으로는 텅 비어있을 공동(空洞)에서 이따금 찾아오는 통증이었다. 누구의 몸 안에 박혀있는지도 모를, 잃어버린 부속품이 남긴 유산이라면 유산일까. 빚과 다를 바 없는.
이제는 그 빚을 청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에 없이 깊은 잠을 한숨 자고 나면 이 통증도 더는 느껴지지 않을 테고 악착같이 살아야 할 이유도 없어질 터다. 정말로 그런 기분을 맛보고 나면, 이제부터 무엇을 위해 살아볼지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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